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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3) 임준호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3) 임준호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임준호


2024년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pUnRyajwAvA?si=SJKuhFKazsn_om9a)


오픈스튜디오<기억나무> 소개

2024년 권진규 아틀리에 입주 작가 임준호입니다. 저는 원래 공간에서 흙 작업을 하는 사람이에요. 이번 오픈스튜디오 작품들은 제가 갖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그리고 청년 시절의 기억들을 합쳐 현재 고민하는 저만의 조형어법으로 재구성한 작업물들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근래에 만들던 동물 대신에 나무와 내외부의 공간을 합한 오브제들, 제 나름대로 상상한 오브제들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느끼기에 그 이전에는 뭔가 표면적인 거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내부, 그 표면 안에 있는 공간까지 고민해서 외부와 내부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구상하였습니다.

아틀리에 입주 이전 작업 

제가 한창 우울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제가 만들었던 작품이 싫어서 깬 적이 있어요. 주형을 하게 되면 껍데기가 꽉 차 있는 어떤 덩어리일 거 같지만, 사실은 파편들이 모여서 외부 굴곡이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저는 안 그래도 우울한데 작품을 깨고나니까 ‘내가 이걸 위해서 했던가?’, ‘궁극적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이 이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를 뛰어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현장에서 직접 만들자. 그래서 꽉 찬 중량감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직접 현장에서 대형 조형물들을 일정 기간을 두고 뼈대부터 살 올림, 붙이는 거를 전부 다 보여줬어요. 행위를 하는 그 자체, 과정에 더 초점을 많이 뒀어요. 나중에 다 갈라지고, 떨어지고, 불완전하겠죠. 근데 ‘그냥 과정성에 더 의의를 두자, 어떻게 보면 이게 전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제가 조각을 전공하긴 했는데, 세부 전공은 3D에요. 이때는 ‘3D로 만드는 거와 실제 흙 작업을 하는 것이 내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소싸움 같은 거를 만들려고 했어요.  처음 현장에서 흙 작업을 한 건데, 그때는 3일 동안 만들었던 것 같아요. 2015년에 전 과정을 전부 유튜브라이브로 송출했었습니다.
저는 이 당시에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했어요. 작업실 안에 있는 시간이 괴로울 때가 많아요. 혼자서 피해망상 같은 거도 약간 있었고, 한없이 우울하고… 근데 그 과정을 친구들이랑 얘기하기보다는 커뮤니티 같은 데 올려서 소통하는 게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이 작품이 '상호적 날 것'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말 그대로예요. 상호적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데 그 과정들이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저는 밖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을 유토로 많이 만들어줬어요. 여행 다닐 때나, 제가 인상 깊은 사람들은 그냥 즉석에서 만들어줬어요. 그러면서 당신은 누구고, 어떻게 살고, 뭐 그런 세상 사는 얘기들. 언어도 다를 때도 있었고, 한국 사람도 있었고. ‘그런 순수한 과정 자체가 내 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해서 이런 걸 했어요.
이 이후에 나온 작업은 3D에서의 이야기예요. ‘그냥 흙으로 쌓아 올린 표면과 XY 좌표에서 이뤄낸 표면이 뭐가 다를까’ 그런 생각으로 출발했어요. 결국 프린팅이 어떻게 하면 유용한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고,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눴어요. 하나는 프린팅임에도 실제 물성을 재현한 것, 흙 작업같이 나오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췄고요. 그래서 이건 스케일링을 한 게 아니고 전부 컴퓨터에서 만들어낸 현상을 그대로 프린팅해서 흙 질감을 낸 거예요. 한마디로 흙을 하나도 쓰지 않은 거죠. 그리고 제 지문 같은 것을 전부 데이터화 시켜 찍어 넣은 거죠. 좀 오만한 얘기지만 이걸 할 때는 ‘아 다 속았으면 좋겠다.’ 약간 이런 생각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진부한 테라코타 작업처럼 보이는데, 이게 사실은 테라코타하고 연관성 1도 없다. 약간 다 속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했었어요. 

오픈스튜디오 작품에 담긴 나의 생각

여기(창작공간)에 앉아 있으면 괜히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저는 강원도 양구에서 자란 시골 사람이거든요. 제가 살던 곳은 다 헐려있고 지금 아무것도 안 남아있어요. 그곳에서 무의미하게 앉아 있다가 오는 것을 몇 년째 하고 있었고, 앉아 있으면서 생각이 극대화된 거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아 요즘 많이 힘든가보다, 조금 도망치고 싶나보다’ 약간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썩 유쾌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도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니깐 ‘이걸 작업으로 한 번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하며 작업이 시작이 되었던 거 같아요.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은 기억들도 있겠지만 주로 이미지들이 많이 떠올라요. 저는 군인 가족이어서 군대 관련 이미지들이 많아요. 주로 보고 경험했던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죠. 

나무라는 소재를 사용한 이유

이 나무는 제가 2012년에 러시아에서 봤던 나무예요. 호수가 전부 얼어있고 눈이 엄청 와서 새하얀 표면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인상적이고 뭔가 나무가 아니고 신의 매개체처럼 신성 같은 느낌도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저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저 느낌을 어떻게 하면 따올 수 있을까?’생각하며 작업으로 이끌게 된 그런 사물입니다. 또 어렸을 때 나무에 낙서를 참 많이 하고 놀았었던 거 같아요. 그때 나무들에게 참 미안하기도하고, 제가 기억하는 나무의 이미지는 기록 매체, 일종의 일기장으로 작용했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기억들(나무)에 대한 것을 라이프사이클에서 봤을 때, 일종의 아카이브식 레코드로 남기려고 기록매체로서의 나무에 초점을 많이 맞췄습니다. 제가 전시 서문에도 썼듯 이런 나무와 같은 형상들이 각자 마음 속에 여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과거의 흔적들이고, 내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 혹자에게는 그게 굉장히 부정적이어서 기억나기도 싫은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를 산다는 거는 결국 다 받아들이고 승화시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번 작업을 만들었습니다.

오픈스튜디오 <기억나무> : 기억에 대한 의문과 결합한 작업

닌텐도라든지, K2 소총(같은) 제가 보고 느낀 그 상황, 그 장소에 있던 것들을 내 눈앞으로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똑같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뭐 당연한 얘기겠죠. 절대 같지 않을뿐더러 그냥 그런 것들은 그 과거의 기억이고, 내가 회귀를 하지 않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는거죠, 회귀라는 건 결국 불가능한 거고 이걸 '어떻게 하면 자기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어요. 작품들을 보시면요. 표면들도 거칠고, 중간중간 구멍 같은 거도 많이 뚫어놓아서 ‘형체를 뭉갠 건가? 옹이구멍인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있어요. 이건 첫 번째, 파편화를 피하려고 했어요. 조각적으로 얇아져 외면의 굴곡으로만 끝나는 거를 피하려고요. 옛날에는 이런 파편화가 싫어서 흙덩어리 그 자체를 공간에 갖다 놓았다면, 이제는 내외부의 경계 자체를 조금 지워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덩어리성을 강조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시면 외부에서 시작된 덩어리들이 내부로 들어가고, 그 덩어리들이 다시 바깥으로 빠져서 굴곡을 형성해요. 그리고 다른 작업은 외부에서 만든 덩어리와 내부에서 만든 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져 꺾여서 돌아가는데  뫼비우스 띠 같죠. 결국에는 하나로 혼합돼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형상들. 제가 틀같이 만들어 놓은 거지만 단순히 틀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내부의 모양과 (원래 틀은 외부의 모양과 내부의 모양이 달라요.) 외부의 모양을 하나로 합쳐놓은 거예요. 저는. 그렇게 함으로써 덩어리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고, 그런 것들이 제가 어릴 적 갖고 있는 기억들과 결합해서 나온 게 이번 작업이에요.
살림채의 작품 <표면 결합>은 나무라는 소재에 국한되어 작업을 한 게 아니고 제가 갖고 있는 조형적 생각인 ‘덩어리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다 나온 소품들 위주로 구성을 하였습니다. 먼저 원형 작업을 한 다음에 석고를 덮고 끌과 대패 같은 걸로 썰어가지고 뫼비우스의 띠로 구성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제일 먼저 한 이유는 내부에 있는 덩어리와 외부에 있는 덩어리를 하나로 합치고, 구성했던 뼈대들도 하나로 마감을 해서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리고 내외부의 구분이 없음을 표현하려고 했던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도 표면 결합이라고 지었습니다.

아틀리에 창작공간에 입주해서 느낀점

일단 이 아틀리에가 굉장히 생각하기 좋은 공간인 건 부정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왜냐면은 좀 특이한 레지던시잖아요. 혼자쓰고, 제가 문을 열고 닫고 굉장히 특이한 공간이라 저는 오히려 여기서 생각을 진짜 많이 한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계속 손으로 막 움직이는 모델러적인 성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앉아 무언가를 빡세게 만든다기보다는 내가 '부족한', '결핍된' 그런 사고, 그리고 관념들을 더 넓히는 데에 집중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정말 많이 읽었구요. 제가 거의 5년치 읽었던 책들보다 3월부터 아틀리에에 있으며 읽은 책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인정하는 게 되게 힘든 거 같아요. 다들 좋게 치장하려하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안하잖아요. 근데 사람이 어떻게 보면 결핍되어 있고, 당연히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그걸 뒤늦게 깨달은 거죠. 먼저 깨달으셨던 분들은 정말 슬기로우신 거구요. 저는 지금 작업하면서 그걸 많이 깨닫는 것 같습니다. ‘내가 뭐 때문에 작업을 했지?’, ‘내가 이런 거를 추구했었지’ 그리고 ‘거기서 감추려는 나의 모습이 이런 거였지’ 약간 이런 부분들을 많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는 게, 그동안 갖고 있는 생각을 여기서 해소해서 앞으로의 작업은 좀 더 나를 위하는 쪽으로 선회할 거 같아요.

예비 창작공간 입주작가에게 한마디

저는 이 창작공간에서의 경험들로 보다 솔직한 나, 작품의 후광 없이 있는 그대로 가볍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지원하시는 작가님들도 저와 같이 귀중한 경험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moonrae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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