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활용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4) 서예석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4) 서예석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서예석


2025년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krPisHHCgiM?si=KSXOMtjtD4XYAjyc)


아틀리에에 입주해서...

정릉과 돈암동 사이, 구불구불한 아리랑 고개를 거쳐 걸어서 올 때, 구름이 잘 보이는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을 오가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의 특화된 장소 안에,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점에서, 권진규 작가님은 존재하지 않지만 장소에서 느껴지는 그분의 열정이 담긴 흔적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여정, 작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자세 등 여러 생각들을 거쳐, 새로운 생각들이 나오는 영감의 장소라는 점에서 오픈스튜디오에 '구름이 시작하는 곳'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틀리에 대문에 들어서서 바로 보이는 <십장생(복제)> 작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우물 앞에 있는 사라진 거북이가 어떤 형상을 가졌을지 궁금했습니다. 거북이의 등껍질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데, 그 안에 보이는 삶 속에서 겪는 역경 속 점점 견고해져가는 과정은 새롭게 다시 상처에 새살이 돋는 형상과 비슷합니다. 작업 과정 속에 저는 작은 나뭇조각을 시작으로, 개발해서 나아가는 과정의 작업을 이번 '구름이 시작하는 곳'에서 보여드리려 합니다.

작업 방식

저는 작업을 할 때, 먼저 주제를 잡고 완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기울이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무의식 속에서 제가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생각을 찾아 나아가고 발전해 나갑니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앞으로의 방향을 구체화시켜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이야기를 도달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절대 지루할 일이 없지요

비올 때 나는 흙냄새, Petrichor 용어는 보이지 않지만 후각이 느껴지는 단어이기에 날씨가 느껴져서 좋아합니다. 이번 나무 작업 위에 종이 캐스팅 작업을 할 때 모은 빗물과 지하수를 쓰면서, 의도치 않게 흙냄새가 종이에 배어 들어가 있습니다. 종이 캐스팅은 특히, 제조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날씨의 영향을 받습니다. 하늘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든 건, 적막한 공간에, 세상의 번민, 걱정을 뒤로 한 채, 몰입해서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나뭇조각 작업과 석고몰드 위에 종이 캐스팅 작업은 특히, 권진규 작가님의 건칠 기법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건칠 기법은 주어진 석고 몰드 안에 조각낸 거즈 천 위에 옻칠이라는 나무의 수액으로 견고하게 만드는 반면, 한지 캐스팅은 닥나무 파이버들을 밀가루 풀로 서로 얼기설기 붙여 단단한 형태로 만듭니다. 권진규 작가님의 건칠 기법에서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여러 겹을 이루어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권진규 아틀리에가 미친 영향

권진규 창작공간을 쓰는 계기로, 잊고 있던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에 오기 전, 예술가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평가를 접하고, 비하하는 시선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었던 차라, 마치 내가 걸어 온 길이 긴 어둠의 터널을 가는 상황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할 때,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그런 입장인 상대에게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각자 다른 행복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개척해서 도전해서 나아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해보려고 애쓰고 도전해보면 나도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숨은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기회의 문이 열립니다. 지금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멀리 보고 뛰어보려고 합니다. 나는 오래오래 작업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아틀리에에 있는 동안, 권진규 작가님 도록들 중 절판이 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읽으면서, 다각도로 작가님의 작업 세계와 가족, 연인, 작가로 활동하기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 작가님의 조각을 향한 애정의 깊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그 많은 작업들이 이 장소에서, 다 간직할 수 있었다는 점에 놀라웠습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끝나고, 작업실에서 만든 흙 작업들을 가마에 방 새 구웠을 걸 생각해보면,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과 별이 친구가 되어 잠 못이루는 일들이 있었을 것을, 작업하면서 가질 낭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

작가로서 경제적 자립을 꿈꾸며, 앞으로 계획은, 마음속에 접어두었던 새 작업들을 다시 만들고, 전시도 해 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생각입니다.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고, 가까이서 찾으려 합니다. 작품 만드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고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작업에 매진하고, 주어진 상황과 기회에 감사히 생각하고 꿈을 믿고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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