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마을 옛집 들여다 보기
* 이 글은 도래마을 옛집 문화지기 오성현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수요일 아침, 옛집의 대문이 활짝 열리면 옛집 지기들 모두 대문채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모입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지난 한 주 동안 있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제 산사음악회가 갔더니 어떤 것이
좋았더라, 도래마을 누구 집에 초상이 났더라, 이제는 옛집 지기들도 마을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회의
가 시작되면 오늘은 어떤 일을 할 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며
도래 옛집을 꾸려나갈 궁리를 합니다.
알면 알 수록 애정도 생기고, 일을 하는 즐거움도 더 생겨난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옛집
지기들이 모여 한옥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늘 생활하는 한옥이지만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각 부재들
은 어떤 쓰임이 있는지, 다른 나라 집들과 어떻게 다른지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사무지기들은 KT
서포터즈의 도움으로 포토샵 기능과 동영상 만들기 컴퓨터 교육도 받고 있구요.
살림지기들은 아침마다 옛집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쓸고 닦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창호지에 얼룩졌으니
다시 발라야겠다.”, “서까래에 푸른 곰팡이가 생겼다.”, “마루틀에 먼지가 많이 끼었다.”며 옛집 곳곳을 세심
하게 살핍니다. 텃밭에는 머위, 상추, 부추, 돋나물, 치커리, 아욱, 도라지를 심고 정성으로 가꿉니다. 농사일
이 익숙한 지기분들이라 채소들이 손길마다 쑥쑥 크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님들 대접하려고 솔잎도 따서 솔
잎차도 담았습니다. 얼마 있으면 꽃 피울 아카시아와 찔레를 따다 차로 담을 생각입니다. 옛집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영호정, 계은정, 양벽정과 홍기창 가옥, 마을 입구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일도 우리 살림지기들이 하고 있습니다.
관리지기는 날마다 꽃과 나무, 집, 마당을 돌아보며 그날 상태를 적고, 꼼꼼하게 관리합니다. 옛집에서 고치고,
만들고, 손이 가는 일은 모두 관리지기가 척척 해냅니다. 며칠 전에는 국립정신병원에서 신발장과 의자 같은
가구를 기증 받아 오셔서 옛집에 어울리도록 다시 손질을 해서 필요한 곳에 들여놓아 주셨답니다.
사무실 개소식 지난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3월 21일 개소식을 한 뒤 벌써 500분이 넘게 다녀가셨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도 소개가 되었구요. 옛집과
도래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면서 설명이 모자랄 때도 있었고, 틀리는 부분도 있었
습니다. 하나 둘씩 보이는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려 동네 어르신께 여쭈어보고 도서관에서 자료도 찾아보았
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배워나가면서 관람객들이 옛집과 도래마을,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해 잘 아실 수 있도
록 도래마을 안내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람 오시는 분들이 즐겁게 체험하고 배우는 활동을 하실 수 있게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옥관련 프로그램에서는 마을의 한옥 구성과 특징을 비교해보고, 나무로 한옥 구조물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할 예정이고, 마을을 돌아보며 숲 체험도 하고, 계은정에 올라 시조도 지어 읊어보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습
니다.
두 달 동안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옛집이 하루하루 다르게 옛집 지기들의
손길로 채워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