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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2) 홍기하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2) 홍기하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⑫ 홍기하 


2023년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권진규 아틀리에에 지원한 이유

제가 2018년 쯤에 김남현 작가 오픈 스튜디오에 왔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여기를 알고 있었는데, 원래 춘천에서 레지던시를 하다가 거기에 나오게 되면서 작업할 공간이 없어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여기 공모가 뜬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거기(춘천문화재단)도 그냥 작업실만 제공되고 숙소는 따로 알아서 구하는데 그래도 월세는 지원을 해줬어요. 춘천에 있었고 또 그전에는 마산에 있는 레지던시에 있었는데 항상 뭔가 지방에 있다가 여기 있으면서 서울에 처음 있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서울에 이렇게 혼자서 쓸 수 있는 레지던시가 거의 없으니까 재밌었어요

저는 여기를 작업 공간보다 교류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면접관분들이 그러지 말고 작업해라. 고립된 공간에서 이제 작업을 많이 하는 게 작가한테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할 거면 우리(면접관)가 합격을 고려해 보겠다고 해서. 알겠습니다. 이랬던 기억이 있어요. 뭔가 인터넷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인터넷으로는 소통을 한다고 착각을 하지만 그게 사실 뭔가 대면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인간들은 다 서로 이어져 있고 한데, 그런 너무 소통이 없다 보니까 사람들이 막 미쳐가는 게 아닐까 그게 지금 사회뿐만 아니라 약간 미술계 안에서도 그런 문제를 많이 느껴서 이 공간을 좀 그런 데(소통의 장소)로 쓰고 싶었어요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보낸 시간 

(아틀리에로 오는 길에 있는) 계단이 처음에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맨날 다니다 보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근데 이제 작업 짐 나르고 할 때도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서 권진규 선생님이 왜 이런 길을 택했을까 (궁금했어요). 너무 이런 좌대 하나 옮길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근데 테라코타 작업하셨는데 흙 같은 거를 진짜 매일 올렸을 생각을 하면 쉽지는 않았겠다 싶었어요. 재료적인 제약이 좀 있긴 하고 또 (레지던시) 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까 짐을 쌓아두고 뭔가 살림을 벌이기도 약간 애매한 기간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거를 좋게 생각해서 어차피 내가 여기에 정착할 거 아니니까 여기 있으면서 실험적인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기간이었어요. 여기 있다 보니까 사람들도 궁금해서 많이 오고 했는데 처음에 그게 재밌었는데 나중에 좀 짜증이 나는 거예요. 저는 작업할 때 집중하는 스타일이어서. 사람들을 많이 초대할 수도 있고 또 내가 원하면 혼자 고립돼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걸 다 할 수 있으니까 여기의 분위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컨트롤 할 수 있고


조각을 시작하고 석고를 주 재료로 쓰는 이유

어릴 때는 그냥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조형적인 구두 이런 걸 좋아면서 조형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제가 예고를 나왔는데 예고 가니까 애들이 그림을 다 너무 잘 그리는 거예요. 근데 저는 못 그려서 서양화나 디자인은 못하겠다. 그래서 조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석고가 조각의 가장 제일 기본적인 재료인데 신소재들이 많이 나오면서 뭔가 더 편하게 쉽게 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이런 게 나왔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을 사람들이 많이 쓰다 보니까 어느 샌가 가장 기본적인 흙, 석고, 돌 이런 걸 안 쓰게 된 것 같아서, 그 조형적인 가능성을 다시 제가, 그 실험들이 예전에 이어져 왔었는데 어느 샌가 단절된 것 같아서 다시 해보고 싶었어요. 여러 재료를 써봤는데 석고는 정말 좋은 재료예요. 왜냐하면 돌 같은 재료는 무겁고 이제 한 덩어리를 깎는 거다 보니까, 한 번 잘못 깎으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하는데. 석고는 제가 석고를 20kg짜리 포대로 주문해서 하는데 여긴 그걸 가지고 다닐 수 없으니까 1kg씩 소분해서 가지고 왔고요. 그런 식으로 내가 원하면 경량화 시킬 수도 있는 재료고, 깎고 붙이기도 할 수 있는 거고. 조형을 공부하기에는 가장 좋은 재료라고 생각을 해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석고를 원래 제가 쓰던 대로만 쓰면 이제 보통을 조소과에서는 캐스팅의 재료를 많이 쓰는데, 석고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정말 다양하게 쓴 작가들이 많더라고요. 피카소 같은 사람도 그렇고 이게 그냥 석고라고 해서 그냥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이게 흰색이니까 또 색을 더해서 쓸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석고랑 다른 자료를 결합해서도 쓸 수 있는 거고 그래서 그런 시도를 여기 있으면서 좀 많이 했어요. 그래서 색도 더해보고.

  

오픈 스튜디오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3월부터 8월까지 있으면서 했던 드로잉, 부조. 조각, 일기, , 논문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저는 주로 석고로 조각을 하는데 여기에 있으면서는 안 해봤던 시도들을 많이 하고 싶어서 이런 색도 많이 써보고 야외에서 작업하면서 다른 재료, 이파리 같은 재료도 섞어보았습니다. 권진규가 인체 조각을 많이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인체 조각을 많이 보다 보면서 인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손이나 서 있는 인간의 형상 그런 것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작업들이 나온 것 같아요. 뚜렷한 주제는 없지만 그냥 제가 여기에 딱 5개월이라는, 어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했던 작업들을 보여주는 기회입니다. 제가 여기 안에서 안 하고 저기 밖에서 주로 작업을 했는데 밖에 있다 보니까 벌레도 날아다니고 이파리도 있고 하다 보니까 그냥 이파리로 같이 석고에 섞어서 쓰기도 하고 흙도 같이 섞고 그런 시도들을 많이 해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비가 진짜 많이 왔는데 여기 있으면서 그게 나쁘지 않았던 게 일단 비가 오니까 덥지 않았고 이게 석고가 물에 타서 쓰는 거다 보니까 건조한 날씨에는 빨리 말라요. 근데 저는 직조를 하다 보니까 이게 오히려 좀 더 축축한 상태에서 오래 있는 게 도움이 돼서 장마 속에서 작업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원래는 석고를 직조로만 많이 쓰고 캐스팅을 잘 안 했었는데 여기 있으면 좀 다양한 걸 해봐야겠다 해서 바디캐스팅도 혼자 했어요. 그래서 혼자 손을 이렇게 석고붕대로 뜨고 했던 건데 그거를 뜨고 나서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석고가 그냥 야외에 두면 어떻게 변할까가 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조각을 장마 올 때 거의 한 달 내내 밖에다가 한 번 둬 봤거든요. 어떻게 되나, 근데 이게 생각보다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변하지 않고 약간 표면만 조금 빗자국이 남는 정도여서 재밌었어요. 제가 보통 이렇게 고전적으로 다 좌대 위에다 두는데 이거는 약간 비를 맞은 그런 흔적도 있어서 그냥 이렇게 자연 속에 원래 있던 자리에 배치해 놓는 게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여기다 놓았고요.

권진규 작업 중에 손 이렇게 된 거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힘이 느껴지고 뭔가 내 손을 그 자세로 캐스팅 해보면 어떤 느낌이 날까 해서 그 포즈로 이제 캐스팅을 했었는데 그 위에다가 석고를 다시 덧바르고 하면서 이런 형태들이 이어진 거예요. 그래서 여기 보면 손 캐스팅 한 거 위에다가 석고를 덧발라서 이런 형태들이 결합해서 이제 여기 보면 박스 부분도 있는데 이렇게 박스로 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 석고를 붓기도 하고. 이게 원래 제가 하던 작업들 사이즈보다 작아졌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작은 게 좀 더 어려워서 이 작업을 굉장히 많이 고쳤어요. 다시 부시고 다시 만들었던 과정이 많았어서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작업 보면 아직도 힘들어요.

여기 있으면서 권진규의 작업을 다시 많이 봤는데 아무래도 인체 조각을 많이 하셨다 보니까 저도 인체에 관심이 많이 갔고 이런 것 같은 경우도 처음부터 뭔가 인체 형상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두상 같더라고요. 그래서 두상이라고 일단 제목을 붙었는데 이거는 재밌었어요. 왜냐하면 손 캐스팅하거나 인체 캐스팅하고 남은 틀 같은 부분들을 다시 재활용해서 여기 붙이기도 하고 이런 데는 이파리 같은 거를 석고랑 섞어서 여기다가 다시 바르기도 하고 손이 가는 대로 해보자. 아무런 계획 없이 약간 즉흥적으로 많이 해봤던 거고. 이거는 정말 모든 조각이 제가 하는 조각이 그렇지만 360도로 돌아다니면서 보기에 다 느낌이 다르고 새로운 면들이 보이는 그런 조각이라서. 그리고 여기 있으면서 이 공간이 좀 상징적이기도 한데 이 사이에 딱 좌대 조각이 놓여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여기에 놓아 봤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이 배치가. 파스텔톤인 것은 석고가 흰 가루다 보니까 제가 석고에다가 분채를 섞었는데 흰색이랑 섞이다 보니까 파스텔톤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진한 색을 낼 수 있는지는 아직 좀 더 연구를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있으면서 일기를 매일 썼는데 3월부터 지금 8월까지 있다 보니까 그렇게 긴 기간은 아니라서 이거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너무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것 같아서 이제 출근하고 집 돌아오는 길에 그 지하철에서 하루에 뭐했는지 이런 일기를 썼어요. 이번에 석사 졸업을 해서 석사 논문을 썼는데 정말 많은 공부가 됐고 이 작업에도 많은 참조점이 됐어요. 제가 책도 만들었는데 작년에 했던 개인전이랑 엮어서 제가 올해 만난 사람들이랑 했던 대화 같은 것들을 엮어 바닐라 2” 책을 냈고 이거는 제가 작년에 그냥 바닐라라는 비슷한 느낌의 책이 있어서 이것도 같이 놓아봤고요.

조각이 아무래도 판매되기 어렵다 보니까. 판매가 되려면 일단은 벽에 걸어야 된다라는 이제 암묵적인 룰이 있잖아요. 그래서 벽에 거는 조각은 부조니까 부조를 한번 해봐야겠다 해서 조각하는 거랑 비슷하게 스케치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석고판을 깎고 붙이고 하면서 만들어낸 이런 부조들이 여기 있고요. 여기 있는 이 드로잉들은 처음에 제가 여기 들어왔을 때는 처음부터 짐을 다 가지고 오기 힘들어서 일단은 그럼 드로잉 재료들만 먼저 가지고 오자 해서 딱 배낭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의 드로잉 재료만 갖고 와서 뭘 그리지 하다가 그냥 저한테 있는 손. 손이 뭔가 제일 기본적인 조형 공부가 되고 또 권진규의 그 손 작업도 저는 인상적으로 봤고. 그래서 이런 걸로 많이 좀 기본기를 다진다라는 느낌으로 되게 많은 바리에이션의 손을 연습했던 그런 드로잉들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조각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은 신진 작가라서 그게 크게 문제는 안 되는데 이걸 5, 10년 한다고 생각을 하면 작품들을 다 어디 보관할 것이며 돈을 어떻게 벌 것이며 이런 현실적인 생각들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은 거, 저런 드로잉들도 하게 되고 그러니까 조각 하나에만 매몰될 필요 없이 판매될 수 있는 어떤 형태 안에서도 내가 연습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지금은 내가 어떤 확실한 스타일을 찾았다라기 보다는 계속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첫 개인전 한 지는 2년밖에 안 돼서 막 제 작업이 딱 이렇다라고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음 주에 미국(Hunter College, University of New York)을 가거든요. 제가 가는 이유는 이제 한국에 있다 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어요. 너무 좀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 미술계가 너무 좁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딱 정해져 있는 느낌. 뭔가 예외적인 루트로 가기가 어렵다고 느껴져서 할 수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데로 가보자라고 생각을 해서 가기로 했고. 유학 가서요? 가서는 세라믹도 해보고 싶어요. 도예 같은 거. 그게 또 이제 시설이 다 있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하기 어려운 거라서 여태 잘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 학교에서는 그런 시설들이 있다고 해서 도자기 해보고 싶어요.

권진규는 너무 유명한 조각가니까 저도 항상 관심이 있었고 제가 작년에 권진규에 대해서 쓴 글도 있고. 작년에 시립미술관 전시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것도 그걸 보면서 권진규가 막 비운의 예술가라고 하는데 작년 전시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긴 했어요. 작업도 정말 약간 장난스러운 것도 있고 재밌게 많이 하다 간 사람이구나. 저는 권진규를 존경하지만 그분처럼 이렇게 가난하고 그렇게 우울하게 살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좀 사후에 덜 인정을 받더라도 더 돈 잘 벌고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런 방법들을 계속 연구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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