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활용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1) 송지형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11) 송지형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⑪ 송지형


2022년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r5cyfTOqq58)


제 작업의 주제의식은 ‘증여’, ‘선물’ 혹은 ‘호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사회 속에서의 서로 간의 상생적 작용, 그것이 중요한 이유 등,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호혜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도 하며 작업으로 치환하고 있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표현하는 방식의 측면에 있어서는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라든지 공간특정적인 설치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아틀리에에 지원하면서

독일에서 오랫동안 작업활동을 하다가 한국에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작업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작업실을 그냥 구하는 것 보다는 레지던시를 이용하는 것이 작가한테 훨씬 유리하고, 장점이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10월에서 11월에 지원 오픈 콜을 하는데, 제가 지원할 당시는 그 시기가 지난 상반기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권진규 아틀리에 입주작가 공모를 보았습니다. 
동시에 올해 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권진규 특별전을 보고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작가로서 작업을 한다는 것’ , ‘작가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 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전시를 보며 많이 느꼈던 찰나에 마침 우연치 않게 뜬 공모를 보고 전시에 지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의 분위기가 저를 평가하고자 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작업에 대해서 토의하고 얘기하는 분위기여서 편안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이 작가에 대해 진심 어리게 알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  면접을 보며 권진규 아틀리에가 작가한테 굉장히 진심인 공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실제로 지내 보며 학예팀에서 작가한테 최대한 많이 맞춰 주시려고 한다는 걸 많이 느꼈고, 그런 부분이 인상깊고 감동스러웠습니다.
추가로 이야기해보자면, 제 작업은 아무래도 1년에 하나 정도 프로젝트성의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규모가 큰 대신 작업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있습니다.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심사위원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시고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가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주셨고, 용기도 많이 주셨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면접임에도 “뭐는 어떻냐”, “설명해 봐라”가 아니라, “작업을 이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용기를 갖고 이렇게 계속 했으면 좋겠다”,  “이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틀리에로 들어올 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라는 의미로 선정이 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Fieldworkspiel

오픈스튜디오에 전시된 작품은 이라는 작업입니다. ‘Fieldwork’는 현장 연구라는 의미로, 마치 문화인류학자가 현장 연구를 하듯 조사방법을 이용해서 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살았던 독일, 한국의 빨래터, 혹은 과천 문원동의 차상위계층을 위해 진행한 이불빨래 서비스 취재 등등 12개의 영상을 취재하고, 촬영하고, 글과 영상을 아카이빙해 웹사이트로 만든 작업입니다.
이번 전시를 과천 문헌동에 있는 셀프빨래방에서 했는데요, 빨래라는 수행행위는 같지만 셀프빨래방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공간이 바로 ‘빨래터’이며, 한국 전통 여성 호혜공간으로서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칠곡 숭오리에 가면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시는 할머니들이 계십니다. 그곳에 가서 우리나라에서 빨래터가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할머니들은 어떻게 서로 호혜를 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인터뷰하고 취재했습니다. 또한, 제가 살았던 독일의 이웃집 할아버지를 인터뷰를 한다든지, 같이 소풍을 간 영상을 촬영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이전에 언급한 호혜, 즉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상태가 되는 것, 그리고 서로가 상생하는 상부상조하고 서로를 돌보는 상태에 대해 관심갖고 사례 조사를 한 다음에 취재와 촬영을 했습니다.
영상 외에도 전시 관람객이 방문하셔서 홈페이지에서 자료도 보고, 설문조사를 해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오픈스튜디오에서는 과천 전시를 했을 때 달았던 설문지 20여 부 정도를 파일링 한 것이 놓여 있습니다. '고독사랑 무연고사가 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느냐', '왜 그렇게 생각하냐' 혹은 '당신은 1인 가구이냐' 등, 설문에 대한 응답들이 있습니다. 파일을 통해 기존의 응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스튜디오에 오신 분들이 설문에 이어서 응답하실 수 있습니다. 응답을 남기고 가신 분도 있고요.
그리고 제 포트폴리오 한 부랑 독일에서 전시했던 전시 카탈로그 한 부를 갖고 와서 오픈스튜디오에 오신 분들이 제가 어떻게 전시를 하고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실 수 있도록 구성해보았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권진규라는 작가는 일생을 작업으로 불태웠던 작가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여기에서 작업했을 때는 좀 무서운 것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실제 권진규 작가님이 작업을 하셨었고, 또 계속 지내셨던 공간이라고 하니까 뭔가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는 거예요.
근데 여기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권진규라는 작가, 그리고 일생을 작업에 헌신한 작가의 삶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그것들이 제게 정말 좋은 영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권진규 사후에도 이렇게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한테 아틀리에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선순환이 계속 이루어진다는 거 자체로부터 이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는 장점이 정말 많은 공간입니다. 일단 혼자 사용하는 독채이다보니 혼자서 진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정말 가질 수가 있습니다. 물론 숙식은 안되지만, 차가 끊기는 늦은 밤까지도 시간 제약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작업할 수 있는 자율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인텐시브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올해 개인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간 내내 여기에 있으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기도 했고요. 만약 홀로 아주 몰입된 작업을 하길 원하시는 분은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공간입니다.


권진규 선생님께

지금도 권진규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보다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어떻게 죽는 그날까지도 그렇게 작업을 하셨고 작업에 대해 생각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작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던 건지, 아니면 그 때 그 당시에도 고민이 많았는지에 대해서요.
저는 젊은 작가로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권진규라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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