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간 도래마을 옛집에서 “전통 초가 이엉엮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도래마을 옛집도 작년부터 이엉얹기를 하긴 했지만 정식 개소 후 처음 초가지붕을 얹는 작업이어서 옛집 식구들 모두 긴장해있었습니다.
이엉은 전통 초가집의 대표 지붕재료로 짚이나 억새 등을 엮어 만들어요. 줄기 단면이 곧고 표면이 매끄럽고, 흡수력이 약하며 속이 비어 가볍기 때문입니다.
볏집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여름엔 햇볕을 감소시키고 겨울엔 온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눈이 올 땐 오히려 보온효과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비나 눈이 와도 스미지 않고 흘러내려 한상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서민들이 초가지붕의 주재료로 이용한 큰 이유가 되겠죠?
마름 엮기와 이엉얹기는 나흘 간 진행했지만 사실 초가지붕을 한번 교체하기 위해서 많은 수고가 필요합니다.
마름을 엮기 위해선 볏짚 길이가 길어야 하는 데 그러기 위해선 추수가 끝나기 전에 볏짚을 가져가겠노라고 논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리고 벼를 벨 때 땅에 바짝 닿도록 베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벼를 벤 후에 논에 볏짚이 깔려있어요. 이 짚들은 며칠이 지나면 뒤집어줘서 잘 마르도록 하고 짚단을 묶어서 차로 옮겨옵니다. 도래 옛집에서도 이 과정부터 진행이 다 되었어요.
볏짚을 마당에 쌓아놓은 이유는?
바로 짚단 사이사이에 가득 차있는 공기를 빼기 위해서입니다. 김치 담글 때 숨을 죽이는 것처럼, 짚단도 숨을 죽여야 마름엮기가 쉬워지기 때문이에요. 비가 오거나 땅의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아래쪽에 부목을 대어놓았습니다.
마름 엮는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죠. 일정한 양(한 주먹 정도)을 잡아 동여매는데 이때는 마디마다 힘을 주어 촘촘히 해야 빗물이 잘 스며들지 않습니다. 마름을 엮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옛집에서 하는 방법은 ‘사슬이엉’인데, 짚으로 동여맨 모습이 사슬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가장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그 외에 ‘비늘이엉(물고기 비늘모양과 비슷하지만 물이 잘 흐르지 않고 고여있을 수 있음)’ 과 ‘흐른이엉(마름을 엮지 않고 짚을 그대로 이는 방법)’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새끼도 꽈야 하는데 올해는 구입을 했습니다. 지붕 전체를 꽉 묶어야 하기에 많은 양이 필요했거든요. 그 외에 연죽이라고 이엉을 얹은 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하는 긴 대나무도 베어왔습니다.
용마름입니다. 모양이 예쁘죠? 이렇게 긴 녀석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위로 스리슬쩍 올라가는 모습이 꼭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같아요.
그래서 ‘용’이 붙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통의 초가지붕은 ‘一’자 형태인데 옛집의 대문채는 ‘기역자’이죠? 그래서 용마름이 다른 곳보다 더 길어요.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대문채 초가 얹기를 시작합니다.
1년동안 대문채를 따뜻하게 지켜준 묵은 초가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걷어내는 와중에 굼벵이가 엄청 쏟아졌어요. 이 굼벵이는 초가지붕에만 사는 녀석으로 간에 좋아 약재로 쓰인다고 해요. 알아보니 시중에선 비싸게 팔더라구요. 벌레가 생기지 않게 약을 치고 덮어서 내년엔 구경할 수 없는 녀석들입니다.
이엉을 얹기 전에 꼭 물매를 좋게 해야 합니다. 즉, 지붕 전체를 평평하고 부드럽게 매무새를 다듬어 준다는 건데, 진흙과 짚을 짓이겨 메꾸기도 하고 짚 부스러기 등으로 평평하게 만들어 주기도 해요. 그래야 비가 고여있지 않으니까요. 이 과정이 끝나야 진짜 지붕을 얹을 수 있습니다.
보면 마름을 지붕위로 다 올리고 있죠? 다 쌓아둔 후에 한 장씩 겹쳐서 두루마리 펼치듯 펼칩니다. 깔면서 새끼줄로 마름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작업도 해야 합니다.
맨 처음 마름은 밑동이 처마 끝을 향하게 깔아야 합니다. 그 위에 깔 때는 밑동이 지붕 쪽으로 가게 깔고.. 이런 식으로 용마루까지 올라가면서 깔아야 비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됩니다.
이렇게 세 겹 정도 두툼히 깐 후 이엉의 끝을 처마에 고정시킵니다. 그 후엔 새끼줄을 이용해 지붕을 묶는 작업을 합니다.
처마에 새끼를 사방으로 둘러쳐서 바람에 이엉이 날아가거나 뒤집히지 않도록 하는 작업인데 바람이 많이 부는 섬 지역은 마름모꼴로 촘촘히 묶은 후 그 위에 그물을 덮기도 합니다.
처마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벼의 끝자락을 낫으로 예쁘게 잘라줍니다.
마치 아이들 바가지 머리를 자르는 것처럼 끝을 가지런히 자르면 깔끔한 모양새로 탈바꿈해요.
용마름이 올라가고 있어요. 용마루위에 용마름을 덮고 좌우 이엉으로 용마름 위를 얽어맵니다.
아래 마름엮은 것들과 용마름 날개 부분을 서로 걸어매야하는 작업이에요.
바람불어도 끄떡없는 옛집 대문채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비교해보니 예쁜 집으로 재탄생 한 것 같습니다. 한 겨울동안 도래마을 옛집을 참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 같네요.
최근에 이엉얹기가 많이 줄었고 그에따라 이엉엮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초가집도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다른 문화재 보수처럼 자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업시점도 가을걷이가 끝난 후 한 달 남짓의 기간 뿐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농촌에서 마을잔치 겸 품앗이 연중행사로 치러졌던 일이 이젠 문화재 가옥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언젠간 ‘이엉엮기 무형문화재’를 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라지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행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