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최순우 옛집 자원활동가의 날
-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행사 후기
* 글쓴이는 민지윤 님, 사진 찍은 이는 정수정 님입니다.
행사 후기를 작성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8년 6월 21일 어느 후덥지근했던 토요일. 마지막 관람객이 떠나고 나서 대문을 닫아걸었습니다. 굳게 닫힌 대문 밖은 조용했지만, 안에 남아있던 저는 분주하고 들떠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남아있는 봉사자 분들과 함께 자원 활동가의 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거든요.
저는 소쿠리에 담겨있는 대추토마토를 앞마당 수돗가의 흐르는 물에 찰박찰박 씻습니다. 부장님께서는 안채에 딸린 작은 부엌 찬장에서 식용유며 간장이며 각종 알록달록한 그릇들을 꺼내 씻고 계시고, 학예사님은 오랜만에 빛을 보게 된 그릇 더미들을 어딘가로 옮기고 계십니다. 조그만 찬장 안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었는데, 그 작은 찬장 안에 저렇게 많은 물건이 숨겨져 있었다니 마치 최순우 선생님의 옛집이 오래된 요새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중간에 문화유산 안에서 음식을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소화시설도 준비되어 있고,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는 거주자가 생활하면서 보존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취사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옛집의 '전속 사진사'인 수정씨는 대문 앞에서 다른 자원 활동가들을 맞이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원래 예상인원보다 실제 참여하신 분들은 적었지만, 오히려 수가 적어서 얼굴을 익히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어 옛집을 찾아주신 자원 봉사자 분들은 하나같이 옛집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학점을 위한 사회봉사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옛집에 매료되어 다시 자원활동을 지원하신 분, 서울 자취집보다 옛집이 더욱 내집같이 느껴진다던 분, 태평양 건너 저 멀리 미국 땅에서 웹을 통해 옛집을 알게 되어 ‘한국에 들르게 되면 꼭 옛집을 찾겠다’던 약속을 지켜 비행기를 타고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옛집의 축제 방식은 특이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음식이 서빙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부침개를 취향에 따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겉면이 바삭바삭한 부침개를 만들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했는데 부족한 솜씨로 인해 연속 실패했습니다.
다른 지윤씨(한지윤씨^^)는 제 곁에서 새우살을 듬뿍 넣은 두툼한 부침개를 뒤집느라 갖은 애를 쓰셨습니다.
또한 옛집의 다과와 함께 부침개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고, 동글동글 찹쌀떡과 속이 꽉 찬 바람떡을 디저트 로 삼습니다.
박진감 넘쳤던 선물 윷놀이 게임 ^^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도 윷놀이 한마당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을 네 팀으로 나누어 윷놀이를 했는데, 다과를 함께할 때만 해도 도란도란 정을 나누던 참가자들이 상품을 위해 경기의 승패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때로는 애매하게 놓여있는 윷의 위치나 말 옮기는 규칙에 대해 한바탕 논란이 벌어져, 강석훈 연구원님을 둘러싸고 팽팽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윷을 던질 차례만 돌아오면 긴장해서 손이 덜덜덜 떨릴 정도였습니다. 월드컵 경기 한 판보다도 더욱 아슬아슬하고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고나 할까요. 비록 저희 팀은 졌지만, 저는 그토록 갈망해 마지않던 이생강 씨의 대금연주곡 CD를 상품으로 받았답니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활동한 봉사자들에 대한 시상식도 하고, 옛집의 온라인 홍보를 활발하게 해주실 기장도 뽑았습니다. 옛집의 든든한 사진사인 수정씨가 저의 추천으로 기장에 선출되었습니다. 문득 제가 처음 옛집을 방문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처음 옛집에 발을 들여놓은 때는,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솜털까지도 얼어붙을 것 같은 한겨울이었습니다. 마당은 물론 뒤뜰의 장독대까지도 온통 눈으로 된 하얀 모자를 덮어쓰고, 꽁꽁 얼어붙은 물확의 얼음과 아무도 밟지 않은 융단 같은 눈을 바라보며 감탄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봅니다. 뒷뜰은 어느새 한겨울의 눈밭과는 딴세상인 푸른 녹원이 펼쳐져 있고, 나무에는 예쁜 꽃들도 피었습니다. 집은 그대로이지만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주변 풍경이 최순우 옛집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원활동가 민지윤ㆍ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