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9) 이혜진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⑨ 이혜진
저는 공간에 새겨진 기억을 수집하여 회화적 기록을 남깁니다.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고, 생각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은 창작의 동기가 됩니다. 그것은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해가는 공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화면 속 공간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구현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중첩함으로써 제3의 공간으로 건축됩니다.
새로운 공간의 체험에 중점을 두고 레지던시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에 담긴 시간성, 기억을 찾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틀리에의 공간을 탐구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아틀리에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무척 적막했습니다. 극도의 고요함으로 인해 창작에 몰입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아틀리에 주위를 산책하며 새로운 공간들을 발견하고, 생각에 잠기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낯선 경험은 결과적으로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주기간 동안은 아틀리에 주위를 다니며 드로잉을 많이 했습니다. 세월이 깃든 동선동의 풍경, 아틀리에를 오고 가는 길에서의 생각은 작업의 밑거름이 되었고, 입주기간 동안 구상한 것들을 레지던시 이후 회화로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업이 실재하는 공간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공간에 대한 인상과 생각을 담는다는 점에서 입주 당시보다는 입주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결과물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보낸 시간
2020년 코로나19가 막 시작되었을 때 입주를 하게 되어 입주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이곳에서 지냈던 권진규 작가, 이곳을 거쳐간 작가들, 정기개방 때의 관람객들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같은 공간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권진규 작가의 작업실을 후대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계승한다는 취지가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비평가 매칭 등의 기회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입주작가들과 전시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뿐만 아니라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소속 타공간들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에서의 의미 있는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