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 옛집에는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오셔서 옛집의 보전을 위해 힘써주고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오신 자원활동가들 가운데 김영래씨, 김진오씨, 이지은씨, 한동훈씨에게
인터뷰를 부탁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대학생인 영래씨와 진오씨는 학점이수를 위한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옛집과 인연을 맺었는데,
그 후에도 자원활동으로 전환하셔서 꾸준히 나오고 계십니다. 재미있고 믿음직스러운 분들이지요.
동훈씨는 문화에 관심이 많고,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고등학생입니다.
쾌활한 성격의 지은씨는 옛집의 영문판 리플렛 제작에 도움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Q. 옛집에서 자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동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은) 예전부터 NT 개념에 대해서 신문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정부’주도가 아니라는 점에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홈페이지를 읽다가 자원봉사를 받는다고 하셔서 08년 12월부터 시작하게
되었지요.
(동훈) 평소 문화재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재와 관련된 자원봉사활동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순우 옛집을 알게 되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영래) 처음에는 학교 사회봉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에는 내셔널트러스트에 대해서도 모르고
최순우 선생님에 대해서도 전혀 지식이 없었습니다. 문화재를 관리한다고 해서 일단 관심이
있었구요. 그런데 두달 동안의 첫 사회활동이 끝날 때 즈음에는 당연히 쭈욱 하겠구나 생각이
되더라구요. 사무국 식구분들, 같이 활동하던 봉사자들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복잡한 서울에서 옛집만큼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또 골목골목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식당들도 많고 정겨운 간판들도 있고 조그만 한옥들도 군데군데
박혀있는 이 동네가 좋아서 자주 와야겠구나 마음 먹게 되었네요.
(진오) 작년 겨울 학점이수 사회봉사를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찾던 중 집 근처에 최순우 옛집이 있길래
신청해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람들과의 정, 옛집에 대한 정이 생겨서
이렇게 자원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Q. 옛집에서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으셨나요?
(진오) 무엇보다 옛집에 있다 보면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시생활 속에서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시골 정자위에서
잠시 동안 쉬어가는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영래) 옛집에 들어오는 순간 바깥세상이랑 잠시 떨어져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 때,
일상을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 옛집이 더 생각나는 것 같아요. 비록 일주일에 한번, 두세시간 정도
머무르는 것이지만 다른 날들을 열심히 재미있게 보내는 원동력 중에 하나라고 할까요. 이렇게
제 자신한테 좋은 일이면서도 방문객 분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수도 있으니까 맨날
룰루랄라 옛집 가는 길은 신나는 것 같네요.
(지은) 뒤뜰에 물을 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조용한 가운데 물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특히, 청죽에 떨어지는 물소리가- 마음이 정화 되는 것 같던데요. 제가 살고 있는 집 뒷마당에
물을 주고 있는 그 평온함이 참 좋습니다.
(동훈) 옛집에 있다보면 한주의 피곤했던 것을 모두 씻을 수 있습니다. 또, 사교성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퀴즈 골든 벨.
왼쪽 윗줄부터 김영래씨, 김은혜씨, 이연주씨, 김지연씨. (아래줄) 한동훈씨, 류서현씨, 황진씨, 김선형씨. 2009. 6. 27.
Q. 옛집에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동훈) 퀴즈 골든 벨!! 이었습니다.
(진오) 겨울에 자원활동가 네 명이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열의에 가득차서 열띤 토론이 되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지은) 4월에 뒤뜰에 물을 주고 마음도 아주 가뿐해져서 평소에 안하던 짓(?)을 했습니다.
물확 주위의 잡초를 뽑았지요. 한꺼번에 버리려고 모아 놨는데, 학예사님께서 보시고
“이 국화 누가 뽑았어요?”하셔서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연구원님이 심혈을 기울여서 심으신 거라던데, 그게 왜 잡초처럼 보였을까요?
(영래)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말해야 될까 고민이네요. 단체로 관람 오셨던 아주머님들이 있으셨는데
저보고 사위삼고 싶으시다고 연락처를 달라고 하셔서 난감했던 적이 있네요. 대신에 사무국
전화번호를 알려드렸는데 그냥 빈말이셨나 봐요. 연락은 안 오네요.
건넌방 툇마루에 앉아있는 자원활동가 황진씨, 장지윤씨, 이지은씨. 2009. 4. 30.
Q. 본인이 생각하는 옛집의 아름다움은?
(영래) 옛집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요. 봉사자나 사무국식구들도 물론 그렇지만
저는 동네 꼬마들이 그중에서도 으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하교길에 잠깐 옛집에 들려서
보리차도 마시고 세수도 하고 가는 꼬마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그리고 최순우 옛집이 문턱이 높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아이들이 한 두번씩 오고가다 보면 그 아이들의 아이도 옛집에 오게 되겠지요. 그때 흰머리 성성한
모습으로 와서 열심히 물확청소 하는 저희 봉사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진오) 옛집의 고요함이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훈) 옛집의 아름다움은 나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식 건물은 깨끗하고 첨단이라는 것이 장점이지만
건물 자체에 온기를 느낄 수 없네요. 하지만 나무로 지어진 최순우 옛집은 비록 청소하기 등이 힘들지만...
계절과 함께 나무가 숨쉬고, 사람과 함께 나무가 같이 숨쉬는 것 같아 좋습니다.
최순우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온기가 더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지은) 처음 옛집에 왔을 때 비가 왔습니다. 빗길에 길도 잃어버리고 30분 이상을 걸었더니 몸이 무척 피곤했는데,
옛집 매심사 방에 들어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니까 그렇게 좋더라구요. 그 후로 비가 오면 옛집에서 마셨던
차가 생각납니다. 그때 바라본 비와 ‘비듣는’ 소리도요.
Q. 건의사항이 있다면?
(영래) 문화강좌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봉사자들도 단순한 활동들 보다 무언가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고요. 문화강좌에 일반 회원분들 뿐만 아니라 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네요.
혹시 최순우선생님 생전 육성이 담긴 테이프나 비디오가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프로젝터로 동영상
상영하는 것처럼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틀어주면 뜻 깊을 것 같아요.
(진오) 옛집 활동가끼리 가을소풍이라도 한 번 가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동훈)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단체를 더 홍보하고 보호하고 있는 시민유산을 더욱더 홍보하여 앞으로의 세대에게
환경과 문화의 가치를 깨닫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지은) 봉사자 모두 다양한 경험과 능력이 있는데, 그걸 적절히 활용활수 있었으면 합니다. 옛집이 크지 않아서
청소만 하는 자원봉사를 하면 6개월 후면 약간 식상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원활동가의 날
왼쪽 윗줄부터 강석훈 연구원, 김영래씨, 한동훈씨, 황진씨, 김선형씨,이연주씨, 김지연씨.
(아래줄) 김은혜씨, 이지현 해설사, 류서현씨. 2009. 6. 27
작성 관리자
업데이트 2025.04.1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