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웹소식지

2009년 5월 웹소식지 - 1

* 권진규 아틀리에 방문 후기

 

* 이 글은 내셔널트러스트 자원활동가 빈난새님이 작성하셨습니다.

 

 아직 초봄임에도 내리쬐는 햇빛과 초록에 들뜬 마음이 한여름 같던 4월 11일의 토요일,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3호인 '권진규 아틀리에' 대청소를 위해 성신여대입구역에

도착했다. 늘 가던 '최순우 옛집'이 아닌 다른 시민문화유산을 방문한다는 나의 기대감 때문

일까,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았음에도 곧 한 덩어리가 되어 출발하는 우리들 사이에는 어색

함보다는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어떤 공감대가 흐르는 것 같았다.

 

 권진규 아틀리에는 의외로 좁은 계단 골목길을 한참을 올라가서야 있었다. 동선동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높은 자락에서 권진규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문득 궁금

했다. 하지만 하나의 집이 가족들이 생활하시던 살림채와 선생님의 작업실로 나누어진 이

공간에서, 대문마저 살림채용 대문과 선생님께서 출입하시던 조그마한 문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오직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 천착하셨던 권진규 선생님의 깊은 열정

과 내면을 부스러기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뜨거운 햇빛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작은 마당에서 우리는 한 조각 그늘을 찾아 마루와 댓돌

에 흩어져 앉아 권진규 선생님의 일생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남다른 손재주로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셨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미술을 공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본에 가기까지, 또 일

본에 가서 겪으셨던 길고 긴 시련의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내셨는지.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설움을 겪으셔야 했던 선생님이 한국에 돌아와 한국적 전통에 매력을 느끼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일본에서보다 인정을 받지 못하셨다는 것은 모순

적이었다. 근현대 조각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권진규 선생님에 대해서도 이러할진대, 이렇게

잊혀지고 있는 그 당시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채와 아예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 선생님의 작업실은 과연 따뜻한 가정집 분위기의

살림채와는 전혀 그 분위기가 달랐다. 보수작업을 위해 안에 있던 가구 및 작품 등이 내어진 점

만 제외하고는 선생님께서 작업하셨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정지해 있는 작업실 안에는 늘 고독

했던 한 예술가의 맹렬한 집념과 열정까지 그대로 녹아 있었다. 아틀리에 앞에 높은 빌라가 들

어서 햇빛을 들일 작업실의 창이 가려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선생님께서 오롯이 자신의 마음을

쏟으셨을 이 작업실이 결국 선생님의 생과 사를 결정한 곳이었음을 생각하면 그 음울한 분위기

만은 그 당시에도 그대로였을 것 같다.



아틀리에를 모두 둘러본 뒤, 골목 청소, 마당 및 마루 청소, 뒤뜰 청소로 각자 몫을 나누어 드디어

대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최순우 옛집'에서 늘 하고 있는 마당 및 마루 청소를 맡았는데, 옛집보다

훨씬 오래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탓인지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마루와 창을 걸레로 닦아내고

마당 물청소를 하면서 마침내 본래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을 보자,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그보다 더 뿌듯할 수 없었다.



 

따가웠던 햇빛이 조금씩 한 층 따뜻한 빛으로 누그러질 때쯤, 우린 다시 권진규 아틀리에의 대문을

건너 골목으로 나섰다. 처음 그 문을 들어설 때는 낯설기만 했던 동선동의 전경과 아틀리에의 모습이

이제는 훨씬 정겹게 느껴졌다.

 

 시민의 참여와 애정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발적으로 지켜가고 있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권진규 아틀리에가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 예술가의 진정한 혼이 이 운동을 통해 앞으로도

지켜지기를 바라면서, 그 길에 내 땀방울 하나를 흘릴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다시 다져본다.

 

                                                                                                        - 자원활동가 빈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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